[책마을] 중세는 다채로운 빛의 시대였다

입력 2023-07-28 17:44   수정 2023-07-29 00:57

서양 역사의 중세는 흔히 ‘암흑시대’로 불린다. 로마가 멸망한 기원후 5세기경부터 15세기 르네상스 시대까지 약 1000년간은 고대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근대의 빛이 도착하지 않은 어둠의 시기로 여겨졌다.

매슈 게이브리얼 미국 버지니아대 중세학 교수와 데이비드 M 페리 미네소타대 역사학과 수석지도교수는 이를 반박한다. 저자들은 <빛의 시대, 중세>를 통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며 중세의 복잡성과 인간성을 재발견한다. 로마의 유산과 비잔티움 제국의 발흥, 십자군 전쟁의 양상을 살펴보며 긴 세월의 아름다움과 참상을 모두 드러낸다.

저자들은 5세기 이탈리아 라벤나에 지어진 성당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당을 지은 황후는 로마 황제의 여동생이자 게르만족 여왕이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저자들은 그녀를 통해 게르만족에게 약탈당한 로마가 중세에도 그 유산을 곳곳에 남겼다고 전한다. 중세 이후에도 로마 제국은 진화했고 서유럽과 남유럽 통치자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여전히 남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7세기 예루살렘을 살펴보며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서로 공존하던 중세의 모습을 살펴본다. 페르시아부터 이베리아반도까지 장악한 이슬람교는 이교도에 포용적이었다. 특히 이베리아반도는 기독교인 이슬람인 유대인이 ‘함께 산다’는 뜻의 ‘콘비벤시아’가 통용되는 곳이었다.

바이킹의 등장은 중세를 변화시킨 주요 사건 중 하나다. 스칸디나비아가 근거지였던 바이킹은 유럽, 지중해, 북대서양 섬들, 심지어 북아메리카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수많은 민족과 교류하고, 약탈하며, 개척했다. 결국 새로운 왕국과 국가를 세우고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개종해 주변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었다.

저자들은 1321년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당으로 다시 돌아와 이때가 중세가 끝나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시인 단테는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1000년 전에 새겨진 성화와 빛을 바라보며 작품 ‘신곡’의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다. 1000년간 중세를 관통한 예술과 문화, 종교의 세계가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작품들의 자양분이 됐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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